
[입법정책뉴스] 공인회계사의 직무 공공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제도 운영의 형평성을 보완하기 위한 '공인회계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을 대표 발의로 허종식·민병덕·윤준병·안호영·신정훈·이강일·임미애·김남근·강준현 의원 등 총 10명이 공동 발의했다. 9월 22일부터 10월 1일까지 입법예고 절차가 진행되며, 회계업계와 학계, 정책 연구기관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있다.
◇ 직역의 공공적 위상 제도화 및 직무범위 구체화
그동안 공인회계사는 자본시장에서 기업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핵심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세무사 등과 달리 법률상 사명이 부재했다. 이로 인해 직역의 정체성과 사회적 책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정안은 "공인회계사는 공공성을 지닌 회계·감사·세무 전문가로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재무정보의 신뢰성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에 이바지한다"는 조항을 신설, 공인회계사의 존재 목적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했다. 이는 회계사를 단순 민간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국민경제와 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공공적 인프라로 재정의하는 의미를 가진다.
현행법은 '감사·감정·증명·계산·정리·입안, 세무대리' 등 추상적 나열식 규정에 그쳐 일반 국민과 기업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비자격자가 회계업무를 수행하다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등 현장의 혼란이 지속됐다.
개정안은 직무를 ▲회계 감사·증명 ▲회계 감정·계산·정리·입안 및 법인 설립 관련 회계 ▲세무대리 ▲부대업무로 구체화했다. 특히 감사·증명 업무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핵심 고유 업무로 규정, 비자격자의 수행을 원칙적으로 차단했다.
정책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회계의 신뢰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 및 자본시장 안정성을 제고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징계제도도 개선된다. 현행 공인회계사법은 등록취소 시 5년간 업무 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세무사법은 3년으로 제한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업무금지 기간을 3년으로 조정하되, 중대한 위반 행위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5년을 적용한다. 이는 직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면서도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성은 강화하는 균형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 손해배상 책임 보장 방식 다변화 및 감사 품질 관리체계 보완
공인회계사는 직무 과정에서 위촉인이나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킬 경우 배상 책임을 지지만, 현행 제도는 손해배상준비금 적립만 강제해왔다. 이는 국제적 관행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안은 손해배상준비금 적립 또는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 기업 운영의 유연성과 법적 일관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개정안은 징계 처분을 받은 공인회계사가 소속된 감사인(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인)에게도 징계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이는 감사인의 관리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위촉 기업과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신뢰 보호 장치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 해외 제도와의 비교… 한국 회계제도의 후속 과제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공인회계사의 직무 범위와 책임 규정을 법률에 명확히 담고 있으며, 손해배상 책임 보장 방식에서도 보험 제도가 보편화돼 있다. 또한 미국 공인회계사협회(AICPA)는 회원 윤리 규정을 통해 회계사의 공공성·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 회계제도가 이러한 글로벌 기준과 점차 보조를 맞추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감사인 독립성 강화, 내부통제 제도 보완 등 추가적인 법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회계학회 관계자는 "회계사 직역은 자본시장과 국민경제의 신뢰 기반을 떠받치는 직역인데, 지금까지는 법적 근거가 미흡했다"며 "사명 규정 신설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직역 정체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핵심 장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보험 제도 도입은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다"며 "실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 향후 전망… 회계투명성과 국민 신뢰 제고
유동수 의원은 "공인회계사는 국민경제와 자본시장의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직역임에도 불합리와 불균형이 제도 곳곳에 존재해 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공공적 역할을 명확히 하고, 회계법인의 책임 있는 업무 수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회계사의 공적 책무 강화 ▲직역 간 형평성 확보 ▲손해배상 책임 보장 방식의 합리화 ▲징계 관리 체계 정비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심의 과정에서 추가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 회계제도는 한 단계 선진화된 투명성 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투자자 신뢰 제고,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국민경제 안정성 확보라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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