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정책뉴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4년 10월부터~2025년 8월까지 10개월간 전수 조사한 결과, 현행 중대재해처벌법(2022년 1월 시행) 위반 사건 1,252건 중 73%인 917건이 아직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3년을 맞았지만 사건 처리 지연과 낮은 처벌 수준으로 법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6개월 이상 처리 비율은 50~56.8%에 달하고,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3.1%)보다 세 배 높았다. 집행유예율 역시 85.7%로 일반 사건 36.5%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47건의 징역형 평균 형량은 1년 1개월이었으나 42건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법인 벌금은 50건 기준 평균 7,280만 원(단, 20억 원 사례 1건 제외)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수치들은 법 시행 목적과 현실 간 괴리를 보여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조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분석은 산업재해 감소 여부, 책임자 처벌 문제, 작업 환경 변화, 안전보건 인식 수준 등 4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먼저, 산업재해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입법 3년 차 현재, 산업재해 전반과 사망자 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부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의 사망률은 떨어졌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재해자 수가 늘고 사망률은 변화가 없었다. 입법조사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법적 효력을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책임자 처벌 문제도 심각했다. 수사 지연이 법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검찰 단계에서 10일 내 사건 처리율은 0%, 3개월 내 처리율은 5%에 불과했다. 6개월 이상 처리된 사건은 절반 이상으로 조사됐다. 또한, 무죄율과 집행유예율이 높고 유죄 형량과 벌금 수준이 낮아 법 취지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업 환경 변화나 물리적 위험 노출 정도는 법 시행 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경영자들의 안전보건 인식 개선과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일부 긍정적 사례는 확인됐다. 그러나 노동 강도 변화나 노동조합의 적극적 역할 확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엇갈렸다. 근로자 측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사용자 측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 규정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며 하한선 징역형 개선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개인 형사처벌보다 근로 환경 개선과 안전 투자 촉진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4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법과 시행령의 허점을 보완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조치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수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검찰, 경찰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가칭 ‘중대재해 합동수사단’ 설치 및 감독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형사처벌 중심이 아닌 경제적 인센티브와 제재를 통한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매출 연동 벌금제, 재산 비례 벌금제, 사고 이력 가중 벌금제, 산재보험 차등 보험료율제 등이 제안됐다.
넷째,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며, 법정형과 현실의 격차 해소와 안전 투자 비용의 사회적 분담 논의가 포함돼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이관후 처장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해도 평균 벌금이 7천만 원대에 불과한 현실은 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누적된 수사 중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고, 검찰·경찰·고용노동부 협업 수사단 설치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차를 맞아 현실적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최초의 입법 영향 분석으로, 향후 산업재해 예방 정책과 법 집행 체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입법정책뉴스 / 이연서 기자 webpil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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