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정책뉴스] 지난 9월 3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국 전승절 참석의 전략적 의미와 대응 방안' 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중국 전승절 열병식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입장하면서 북 중 러 삼국의 연대를 과시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전승절의 의미가 '반(反)미 반(反)서방' 연대를 상징하며, 북 중 러 삼국이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의 배경은 첫째, 북한을 둘러싼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한 '위협인식' 때문이며, 둘째, 북·중 관계의 장기간 소원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3년 1월 제8기 제12차 정치국회의에서 북한을 둘러싼 현재의 국제관계 구도를 '신냉전체제'로 규정하였고,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해 아시아판 나토를 구상하고 있다며 위협인식을 드러냈다. 이에 김 위원장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북·러 군사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켜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다.
북한이 북·러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통적인 북·중관계는 장기간 소원해졌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김 위원장은 북 중 러 삼각 공조를 추진함으로써 중러 양국 사이에서 북한의 전략적 위상을 회복하고자 하였으나, 중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키고자 했다.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을 통해 북한이 획득한 전략적 이익은 먼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북한의 전략적 위상을 회복하였으며, 다음은 향후 전개될 대미 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북한 파병군을 "영웅적 행위"로 높이 평가하고, 김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감사 의사를 표했으며,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측과 고위급 왕래 및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북·중간 전략적 관계의 복원을 요구했다.
특히 그동안 북·러, 북·중 정상회담에서 매번 거론되었던 '한반도 비핵화' 관련 내용이 이번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핵국가로서 북한의 전략적지위를 고려한다는 의미로 중요한 전략적 성과였다.
김 위원장은 북·중관계 복원과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관여 의지 확인, 그리고 양국 사이에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 획득과 같은 외교적 성과를 토대로 향후 대미 협상에 집중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안전판을 마련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 2018-19년의 1, 2차 정상회담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 할 것이며, 핵국가로서의 전략적 지위뿐만 아니라 대북 제재의 전면적 혹은 부분적 해제를 통해 소위‘강국건설’의 위업을 달성하려고 할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선제적 조치를 통해 남북관계를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의 연설을 통해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방식을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트럼프 역할론을 강조하였고, 김 위원장도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조건부 북미대화 의향을 밝힌 만큼, 정부는 선제적 조치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보다 북미대화 우선 기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9월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적대관계 종식을 위해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한반도 내 적대와 대결의 종식을 위한 '엔드 이니셔티브'의 시작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 우선 추진을 실용외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법정책뉴스 / 이연서 기자 webpil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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