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국 ODA, 분절된 추진체계·평가 한계…국회 독자 위원회 필요
이연서 기자
webpil2002@gmail.com | 2025-10-23 10:00:18
[입법정책뉴스]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 대학생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캄보디아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 '공적개발원조(ODA) 추진체계 개선을 위한 과제 및 국회의 역할'에서, 최근 이슈가 된 ODA가 효과적인 외교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2010년 제정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통해 ODA 정책의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지만, 추진체계가 총괄·조정기관, 유·무상 주관기관, 41개의 시행기관(2025년 기준)으로 분절되어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41곳의 시행기관에는 수출입은행,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해 정부·지자체,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등이 포함되며, 이들 기관이 2025년 현재 수행하고 있는 ODA 사업만 1,928개에 달한다. ODA 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가 전략과의 정합성이 떨어지고, 중복사업이 발생하는 등 ODA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ODA 추진체계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통합적·전략적 접근이 어렵다. 2020년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 후 국제개발협력본부를 설치하고, 외교부가 '무상개발협력전략회의'를 통해 사업 간 중복 방지와 연계를 조정하고 있지만, 이는 각 시행기관이 수립한 사업 이후의 사후 조정에 불과해 해당 국가에 대한 통합적·전략적 접근은 여전히 어렵다.
둘째, 사업평가의 거버넌스가 분절되어 있다. 우리나라 ODA 사업 평가는 시행기관 자체 평가와 국제개발협력위원회 평가전문위원회 평가로 나뉘지만, 두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종합적 검토가 어렵다.
셋째, 국회의 감시 기능이 제한적이다. 행정 각 부처가 분절적으로 ODA를 수행하면서 국회 내 여러 상임위원회가 각각 ODA를 다루게 되고, 논의가 사업 단위 예산 검토와 절차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국가 전체 ODA 정책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어렵다.
2024년 기준 주요 공여국인 독일, 영국, 일본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 국가는 ODA 정책의 통합적 기능, 전담 기관 설치, 의회 내 독자 ODA 위원회 운영 등의 특징을 보여준다. 독일은 연방경제협력개발부(BMZ)가 총괄부처로서 ODA 사업을 조정하고 정책을 개발하며, 개발평가연구소(DEval)가 평가를 담당하고, 의회에서는 개발협력위원회(AWZ)가 BMZ 소관 법안과 예산을 심사한다.
영국은 외무·영연방 및 개발부(FCDO)가 총괄부처이며, 독립 평가기구인 ICAI가 평가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하원 국제개발위원회(IDC)에 보고한다. 일본은 해외경제협력회의에서 기본 전략을 심의하고, 외무성이 정책을 조정하며, JICA가 기술협력과 무상·유상 원조를 집행하고, 참의원 ODA 특별위원회가 각 부처 예산을 일괄 심사한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ODA 추진체계 개선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독립된 평가 조직과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영국 ICAI, 독일 DEval과 같은 독립 전문 평가 조직 설립을 검토하고, 단기적으로는 평가전문위원회 평가를 개별 프로젝트 중심에서 벗어나 국별·정책별 평가로 확대하며, 시행기관 역량평가를 통해 차기 사업 기획에 반영하도록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국회 내 ODA 사업을 통합적으로 다룰 독자 위원회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상임위원회 체계가 정부 부처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 별도 상임위원회 설치가 어렵지만, 2025년 기준 우리나라 ODA 예산이 6조5,010억 원으로 외교부 예산 4조2,788억 원을 상회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특별위원회 또는 외교통일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소위원회 설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법정책뉴스 / 이연서 기자 webpil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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